목사님 칼럼

'충조평판' 날리지 말고 공감하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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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군가 고통과 상처,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, 평가나 판단(충조평판)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.

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일상 언어의 대부분은 충조평판입니다.

 

그런 생각은 잊어, 너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어.” - 충조

그럴수록 네가 더 열심히 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지.” - 충조

긍정적인 마음을 먹어봐.” - 충조

그건 너를 너무 사랑해서 한 말일거야.” - 평판

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니니?” - 평판

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야, 별다른 사람 있는 줄 아니.” - 충조평판

 

작은 고민부터 시작해 곧 죽을듯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부모나 교사들, 목사들, 때로 상담가들도

충조평판을 날립니다. 스스로도 고통 속에 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충조평판의 잣대를 들이밀며

다그칩니다. 왜 그럴까요? 충조평판을 빼면 달리 할 말이 없어서입니다. 충조평판이 도움이 될 거라

믿어서라기보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일 때가 많습니다.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

줘야 합니까? 결론적으로 해줄 말이 별로 필요치 않습니다.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입니다.

내가 그에게 물어 주어야 합니다.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

물어봐야 합니다. 사실 지금 그의 상태를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인정한다면 그에게 물어볼

말이 자연히 떠오릅니다. 지금 네 마음이 어떤 거니?” 네 고통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거니?” 만약 그의 대답이

없어도, 그가 대답을 피하거나 못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. 대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. 자기 존재에 주목

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.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

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,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인 요인입니다. 말이 아니라 내 고통을 공감하는

존재가 치유의 핵심입니다.

 

초등학생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다툼 때문에 선생님에게 혼나고 집에 와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엄마는

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했습니다. 아이는 울면서 말했습니다.

엄마는 그러면 안 되지, 내가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지, 선생님도 혼내서 얼마나 속상 했는데 엄마는 나를

위로해 줘야지. 그 애가 먼저 나에게 시비를 걸었고 내가 얼마나 참다가 때렸는데... 엄마도 나보고 잘못했다고

하면 안 되지.”

 

어린이집에서 왕따 경험을 한 여섯 살 아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엄마의 세심하고 과감한 지지를 받은 후 홀가분한

표정으로 했다는 말 엄마, 고마워 나는 이제 자유야.”

 

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, 내 존재에 집중하여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, 대답을 채근하지

않고 먹먹하게 기다려 주는 사람, 그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삽니다.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 이병호 목사 드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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